영화 발레리나 줄거리부터 결말 해석까지 ― 옥주와 민희의 관계

《발레리나》(Ballerina)는 ‘복수’라는 단어에 익숙한 장르적 틀을 빌려오지만, 그 복수의 본질을 화려한 총격이나 액션이 아닌, 애도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피를 흘리지만 분노로만 휘감기지 않고, 복수하지만 정의를 논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차갑고도 뜨거운 감정의 입자들—상실, 고통, 연대, 죄의식—을 세련된 비주얼 안에 압축시킨 감각적 복수 서사다.

영화 발레리나 정보

  • 영제: Ballerina
  • 장르: 액션
  • 감독: 이충현
  • 개봉: 2023년 10월 6일
  • 평점: IMDb 6.3/10, Rotten Tomatoes 91%, Naver 6.74
  • 러닝타임: 1시간 33분
  • 채널: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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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발레리나 등장인물

장옥주 (전종서)

  • 전직 용병
  • 친구 민희의 죽음 이후 복수를 결심하며 범죄 조직을 추적함
  • 냉정하고 강인한 성격, 액션의 중심 인물

최프로 (김지훈)

  • 성매매와 마약을 다루는 범죄 조직원
  • 민희를 착취한 인물로, 옥주의 복수 대상
  • 교활하고 잔인한 성격

최민희 (박유림)

  • 옥주의 절친이자 발레리나
  • 극 초반에 자살한 인물로, 옥주의 복수 동기를 제공함
  • 순수하고 상처 입은 인물

조 대표 (김무열)

  • 최프로의 상사
  • 조직의 질서를 유지하려 하지만, 최프로의 일탈에 분노함

명식 (박형수)

  • 최프로의 약물 공급자
  • 옥주를 추적하는 데 협력함

문영 (장윤주)

  • 옥주의 지인으로 무기 조달을 도와줌
  • 조용하지만 강한 존재감

여고생 (신세휘)

  • 퇴폐적인 호텔에 감금되어 있던 피해자
  • 옥주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함께 탈출하며 도움을 줌
  •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옥주의 복수에 정당성을 더해주는 인물

영화 발레리나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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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민희의 죽음과 유서 ― 복수의 시작

옥주가 마지막으로 민희를 본 건 몇 해 전이었다. 웃는 얼굴이었고, 그 미소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예를 들어, 고요한 무대를 바라보는 무용수의 눈동자처럼—
확신이 아닌, 체념이 깃든 그런 미소.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민희는 그것을 미리 정해두고 있었다.
유서 한 장.
그 안에는 단지 복수라는 단어, 그리고 의문의 아이디 하나가 적혀 있을 뿐이었다.

옥주는 용병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일에 익숙했다. 그러나 이 죽음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녀가 느낀 것은 죄책감이 아닌—의심이었다.
민희는 왜 그녀에게 이 유서를 남겼는가.
그리고 복수를 부탁했다는 건, 무엇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가.

그 순간, 민희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는 ‘최프로’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제2장. 최프로의 정체 ― 은밀한 추적의 시작

그는 모른다. 아직 민희가 죽었다는 사실을.
그는 마약을 유통하고, 유흥업소에서 여성을 물색하며, 일상을 범죄로 채우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지금, 잠수교 아래에서 어떤 거래를 준비 중이다.

옥주는 거리를 두고 그를 관찰했다.
무기는 없었다. 대신 침착함이 있었다.
그녀는 과거의 수많은 작전처럼, 대상에게 접근했고, 단서를 모으기 시작했다.

최프로의 집.
겉보기엔 평범한 전원주택.
그러나 내부에는 다수의 여성과 민희까지 포함된 불법 촬영물이 저장되어 있었다.
그 증거를 본 순간, 감정이 아닌 판단이 그녀를 움직였다.
이 일은 끝을 봐야 한다.

제3장. 클럽과 호텔 ― 도청과 유인의 설계

정보는 곧 무기였다.
옥주는 집 안 곳곳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고, 최프로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그가 향한 장소는 클럽 ‘헤븐’.
사람들이 본능에 기대어 움직이는 공간.

옥주는 그 안에서 우연을 가장해 그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그는, 기대했던 대로 움직였다.
한적한 외곽 호텔. 가평.
여기서부터 진짜 게임이 시작되었다.

제4장. 함정과 반격 ― 베개 아래의 칼날

호텔 안, 그는 그녀를 무방비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약물을 준비했다.
그러나 옥주는 용병이다.
위험을 계산했고, 순간을 기다렸다.
약에 취한 듯 보였던 그녀는 베개 아래 숨겨둔 칼을 꺼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를 공격했다.

육체적 전투는 치열했다.
그는 체격으로, 그녀는 경험으로 맞섰다.
결국 입이 찢긴 최프로는 무력화되었다.
그러나 또 다른 위험이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엽총, 전기톱.

옥주는 이성과 반사신경으로 그 상황을 뚫고 탈출했다.
그 와중에 이름조차 알지 못한 여고생이 그녀를 도왔다.
그 사실이 이후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게 될 거라고, 그땐 몰랐다.

영화 발레리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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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조사장의 등장 ― 복수의 전면전

조사장.
이 범죄 조직의 최상단.
그는 최프로를 질책했고, 옥주에 대한 본격적인 수색이 시작됐다.

옥주는 한때의 상관 명주를 찾아가 불법 무기 거래선을 확보했고, 총기를 손에 넣었다.
GPS 추적, 도청, 감시.
그녀는 매번 한 걸음 앞서 있었지만,
민희의 유서가 가리키는 진실에는 아직 닿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온 그녀는 급습을 당했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다음 날, 그녀는 다시 그곳으로 갔다.
가평 호텔.
한때의 범죄 현장, 이젠 복수의 무대.

옥주는 정확히 조준했고, 매번 결정적으로 쐈다.
그녀는 오직 ‘필요한 만큼’만 죽였다.

종결. 바닷가의 화염 ― 질문 없는 응징

조사장과 그의 조직은 승마장으로 위장된 마약 공장에서 전멸했다.
그리고 옥주는,
민희와 함께 걷던 바닷가로 최프로를 데려갔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질문했다.
왜 민희였는가.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혹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악이란 그런 것이다. 목적도 이유도 없는 파괴.

옥주는 불을 질렀다.
총이 아니라, 화염이었다.
그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영상을 들고 사라졌다.
그 기록은 민희의 복수가 되었고,
그녀 자신의 정의였다.

영화 발레리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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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민희” – 존재하지 않는 유령의 초상

‘발레리나’는 죽은 친구 민희의 정체이자, 이 영화의 상징 그 자체다.

죽은 민희는 영화 내내 실체로 존재하지 않지만, 그녀의 부재는 영화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주인공 옥주의 모든 행동은 민희라는 ‘결핍된 존재’로부터 시작된다.
이 영화에서 발레는 이야기의 중심 무대가 아니지만,
민희가 공연하던 무대 장면은 옥주의 복수 여정에 서정적 그림자를 드리운다.

옥주의 복수는 누군가를 처단하기 위한 정의 구현이 아니다.
그것은 민희라는 존재가 지닌 고통에 뒤늦게 다가가려는 시도이자,
그녀가 되지 못했던 누군가가 되어보려는 마지막 몸짓이다.

그래서 영화 속 모든 장면은
발레가 아닌 복수극의 외형을 띠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무언의 춤’처럼 연출된다.
그 춤은 민희를 향한 슬픔의 제의이며,
옥주의 고독한 애도가 된다.

‘옥주’라는 이름의 분노와 죄책감

옥주는 용병 출신이지만, 그녀의 싸움은 전형적인 액션 히어로의 싸움과는 결이 다르다.
그녀는 법이나 사회를 대신하지 않으며, 악인을 타락시킬 철학도 없다.
단지 친구가 세상에서 사라질 때, 지켜주지 못한 자의 죄책감을 안고 싸운다.

옥주의 복수는 애초부터 복수가 아니라,
애도와 구원의 의식에 가깝다.
민희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지만,
옥주는 친구의 영혼을 대신해 이 세계를 떠도는 연기처럼 몸을 불사른다.

영상 – ‘진실’이 남긴 흔적

영화의 중심 장치인 영상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잔인한 현실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 민희는 가해자에게 철저히 소비당한 후 버려졌고,
  • 그 흔적은 ‘기록된 채’ 남겨진다.

이 영상은 단순한 ‘범죄의 증거’가 아니다.
그것은 말하지 못한 피해자의 유일한 발언권이다.
말은 끊겼지만, 기록은 남았다.

옥주는 그 흔적을 본 뒤 더 이상 침묵할 수 없고,
그 순간부터 그녀는 사적 복수의 경계를 넘는다.
그것은 정의의 실현이라기보단, 존엄을 회복시키는 의례에 가깝다.

색으로 말하는 복수 — 『발레리나』의 스타일과 상징

이충현 감독의 『발레리나』는 총격보다 장면이 먼저 말하는 영화다.
옥주의 복수는 감정을 터뜨리는 방식이 아니라, 절제된 연출과 미장센으로 이뤄진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색감이다.
옥주가 복수를 실행하는 공간은 조명과 벽지, 소파 모두 붉게 물들어 있다.
붉은색은 매번 그녀의 분노, 고통, 상실을 대신 말한다.
옥주의 얼굴은 대부분 무표정이지만, 그 곁의 조명이 그녀의 감정을 비춘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퇴폐적인 호텔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형광빛과 붉은 장식으로 채워진 공간은 현실을 벗어난 무대처럼 기능하며,
도덕이 무너진 지점에서 벌어지는 복수극을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총과 피는 있지만, 감정은 폭발하지 않는다.
옥주는 조용히, 말없이, 하나씩 처단해나간다.
그 장면들은 오히려 슬픔에 가까운 진혼곡처럼 다가온다.

『발레리나』는 감정을 직접 드러내기보다
스타일과 색, 침묵으로 복수의 의미를 전한다.
울지도, 소리치지도 않지만,
이 영화는 끝까지 감정을 응시한다.

법과 제도의 부재 – 사적인 정의, 여성 서사의 재구성

이 영화에서 피해자는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
그 어떤 공권력도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옥주는 단독자다.
그녀는 법이 되어 복수하고,
심판자가 되어 죽음을 내린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영화가 남성 중심의 복수 서사와 다르게 ‘여성 간 연대’를 복수의 동기로 삼는다는 점이다.

  • 보통의 복수극은 가족을 잃은 남성이 정의를 실현한다.
  • 《발레리나》는 친구를 잃은 여성이, 정의를 복원하지 않고 존엄을 지켜주는 이야기다.

결말의 함의 – 되돌릴 수 없는 것을 위한 복수

영화의 마지막, 옥주는 복수를 마치고 조용히 자리를 정리한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도, 정의를 외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복수는 되돌릴 수 없는 상실 앞에서,
죽은 친구를 향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인사였다.

『발레리나』는 결국 한 사람의 부재를 받아들이기 위한 이야기다.
옥주는 복수를 통해 민희를 되살릴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남긴다.

화려한 감정도, 처절한 절규도 없다.
끝내 모든 걸 마친 그녀는,
더 이상 갈 곳도, 말할 대상도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영화는 이렇게 말한다.
이 복수는 정의가 아니라 기억을 위한 의식이었다고.

마무리하며

《발레리나》는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다.
총성과 피, 복수와 감정의 대결 너머로
한 인간의 존엄성과 그를 지키고자 하는 또 다른 인간의 고요한 분노가 서려 있다.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익숙한 한국 영화 어휘를
‘복수는 너를 위한 것’으로 전복시키는 감각적인 애도극.
그것이 《발레리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