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은 단순한 사후 판타지가 아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
이승에서 마지막 숨을 내쉰 자가 맞이하는 저승의 시간.
그곳에선 삶의 무게가 죄가 되고, 기억이 증거가 되며,
마음의 상처마저 재판의 한 항목이 된다.
이 이야기는 한 소방관, 김자홍의 49일 여정을 따라간다.
한 명의 망자가 일곱 개의 지옥을 지나며 마주하는 것은,
단지 죄의 유무를 따지는 판결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향한 증언이자, 내면 깊숙이 묻어둔 진실과의 대면이다.
그는 무엇을 위해 살았고, 무엇을 지켜냈으며,
어떤 고통을 품고 살아왔는가.
그리고 결국, 그 모든 것을 견디고 나아갈 수 있을까.
불길보다 뜨거운 죄의 심판,
거짓보다 냉정한 기억의 검증,
원한보다 깊은 가족의 상처.
그 모든 것을 지나, 그는 마침내 삶과 죽음의 문 앞에 선다—
그리고 그 문 너머엔, 아직 끝나지 않은 또 다른 이야기가 기다린다.
신과 함께 정보
- 영제: Along With the Gods: The Two Worlds
- 장르: 판타지, 드라마
- 감독: 김용화
- 개봉: 2017년 12월 20일
- NAVER 평점: 8.73
- 관객수: 1,441만명
- 러닝타임: 2시간 19분
- 채널: TVING, NETFLIX, coupang play
신과 함께 등장인물
- 강림 – 하정우
- 자홍 – 차태현
- 해원맥 – 주지훈
- 덕춘 – 김향기
- 수홍 – 김동욱
- 성주신 – 마동석
- 판관1 – 오달수
- 판관2 – 임원희
- 원일병 – 도경수
- 박중위 – 이준혁
- 자홍모 – 예수정
- 동료 소방관 – 유준상
- 진광대왕 – 장광
- 초강대왕 – 김해숙
- 송제대왕 – 김하늘
- 오관대왕 – 이경영
- 염라대왕 – 이정재
- 변성대왕 – 정해균
- 태산대왕 – 김수안
신과 함께 1편 죄와 벌 줄거리

그날, 그는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 아니, 어쩌면 그가 걸어 들어간 것은 ‘생의 마지막 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소방관 김자홍은 붉게 타오르는 건물 속에서 마지막까지 사람을 구했고, 정해진 순서처럼 그의 생은 그 자리에서 멈췄다.
그리고 눈을 뜨자, 눈앞엔 세 사람이 있었다. 강림, 해원맥, 덕춘.
흰 안개 너머에서 검은 옷을 입고 그를 바라보는 이들은 더 이상 이승의 존재가 아니었다.
“김자홍 씨. 이제부터 49일간, 일곱 번의 재판을 받으셔야 합니다. 모두 통과하시면 다음 생으로 환생이 허락됩니다.”
강림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엔 이상할 정도로 강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자홍은 무언의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것은 동의가 아닌 항복에 가까웠다. 그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긴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죽은 자의 순례가 아님은 곧 드러난다. 이 여정은 단지 죄의 유무를 가리는 판결이 아니라, 그의 기억을 다시 걷고,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견디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첫 재판장은 살인지옥. 마치 이마를 찌르는 듯한 뜨거운 열기 속에서, 자홍은 불의 탑 위에 홀로 서 있었다. 발아래, 지옥의 마그마에서 고통받는 영혼들이 손을 뻗고 있었다.
그는 심판을 받는다. 동료를 두고 도망쳤다는 혐의. 그것이 ‘살인’이라 불리는 이유를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날의 기억은 끊겨 있었고, 죄의식은 자홍의 입을 쉽게 열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강림은 업경대를 열어 그날의 진상을 드러낸다. 깔려 있던 동료는, 자홍에게 시민을 먼저 구하라고 지시했으며, 자홍은 8명의 생명을 구한 뒤 마지막에 돌아가려다 무너지는 건물에 막혔다. 자홍은 자신이 구한 생명의 숫자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날 뉴스에서는 ‘8명의 생명을 구한 영웅’으로 불렸다.
판결은 무죄. 그러나 자홍은 조금도 웃지 않았다. “그건… 그냥 제 일이었을 뿐입니다.” 그의 말은 자신을 덜어내고자 함이었지만, 동시에 그가 자신을 얼마나 무겁게 짓눌러왔는지를 보여주는 고백이었다.
두 번째 지옥은 ‘나태’. 하지만 그 풍경은 역설적으로 아름다웠다. 폭포 위의 법정, 평화롭게 흐르는 강. 이곳의 지배자인 초강대왕은 자홍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무엇이 너를 그리도 일하게 만들었느냐.”
그는 정직하게 대답했다. “돈이었습니다.”
법정은 찬물을 끼얹은 듯한 정적에 휩싸였고, 곧 초강대왕은 판결을 내린다.
“네가 섬긴 그 신에게 가서 직접 판결을 받아보아라.”
그리고 그를 삼도천 폭포 아래로 떨어뜨리라고 명한다. 그 아래는 인면어들이 도사린 지옥의 연못. 절망이 자홍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러나 강림은 그를 구한다. 그리고 차분히 변호를 시작한다. 자홍이 했던 수많은 아르바이트들—식당, 청소, 배달, 대리운전—모두 가족을 위한 일이었다. 특히 병든 어머니를 위한 돈이었다.
업경에는 자홍의 지난 삶이 묵묵히 흘러갔다. 새벽에도, 눈이 오는 밤에도 그는 일했고, 묵묵히 지켜낸 가족이 있었다. 초강대왕은 이내 입을 열었다.
“너는 잘못된 신을 섬겼지만, 네 행위는 죄가 아니었다.”
두 번째 무죄 판결. 그러나 자홍의 표정엔 미소보다도 더 깊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죄책감은 여전히 그의 심장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세 번째 지옥, ‘거짓’. 그러나 이때부터 무언가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검수림을 지나는 배 안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지옥귀. 이승과 저승의 균형이 깨졌다는 증거였다.
“직계 가족 중 누군가가 원귀가 되었다.”
해원맥의 말에 자홍은 숨이 막혔다. 자홍의 동생, 수홍. 그가 이승에서 죽었고, 그 죽음은 억울함을 품은 채였다.
강림은 조사를 위해 저승을 떠나고, 자홍은 두 명의 차사와 함께 거짓지옥의 재판을 받는다. 유족에게 보낸 위로의 편지가, 실은 진실을 감춘 거짓이었다는 것이 죄목이었다.
그러나 덕춘은 말했다. “그 편지 덕에, 딸은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고, 어머니는 병을 이겨냈습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그렇게 희미해졌고, 태산대왕은 말한다.
“기소를 기각한다.”
그리고 그 순간, 자홍은 조금씩 알기 시작한다. 이 49일의 여정은 단지 지옥을 통과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마주하는 과정임을.
신과 함께 결말

한빙협곡, 천지경의 안개를 뚫고 들어선 그곳은 적막했다.
고통의 절규도, 원한의 비명도 없는 차가운 고요.
자홍은 불의한 자의 죄를 심판하는 불의지옥,
그리고 신뢰를 저버린 자를 시험하는 배신지옥을 모두 통과한다.
불길 속에서 사람을 구해낸 그의 삶은,
그 자체로 불의에 맞선 정의였고,
누군가의 믿음을 저버린 적 없는 곧은 삶이었다.
그래서 이 지옥들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넘은 것은 판결이 아닌,
삶으로 증명된 진실이었다.
다음은 폭력지옥.
이곳은 마음의 상처를 기억 속에서 꺼내어 펼쳐 보였다.
눈앞에 나타난 건 어린 자홍. 그리고 그 앞에 주먹을 내던지는 그의 모습.
침묵 끝에, 자홍은 입을 열었다.
“나는… 가족 모두와 함께 죽으려 했습니다.”
그 말은 죄의 고백이 아니라, 절망의 무게였다.
손을 뿌리치고, 동생 수홍이 울면서 자홍을 막았던 그날.
자홍은 고개를 떨궜다. 상처는 오래됐지만, 그는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시각, 이승.
어머니는 군부대 앞에서 조용히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그 순간, 억울한 죽음에 사로잡힌 수홍의 원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중위, 박무신.
그를 향한 수홍의 분노는 불길처럼 치솟았다.
그러나 파괴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홍은 갑작스레 멈춰 섰다.
눈앞에 떠오른 건—지옥의 심판을 견디는 형의 모습.
모래 늪에 잠기며, 끝내 소멸될 듯한 자홍의 마지막 형상.
그 순간, 수홍의 발걸음이 멈췄다.
복수의 칼날이, 서서히 거두어졌다.
마지막은 천륜지옥.
그 누구보다 깊은 유대를 가진 이들 사이의 상처, 그 죄는 저승에서도 가볍게 다뤄지지 않았다.
자홍은 유죄를 선고받는다.
하지만 그날 밤, 뜻밖의 일이 일어난다.
어머니의 꿈속에 수홍이 나타났다.
그 꿈은 기억의 조각이었다.
절망 속에서 자홍이 내린 선택, 모든 것을 짊어지고자 했던 그의 침묵을 어머니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조용히 말했다.
“나는, 이미 용서했다.”
그 말은 저승의 법을 넘어선 힘이 있었다.
지상에서 진심으로 용서된 죄는, 저승의 심판조차 가를 수 없었다.
곧 최종 판결이 내려진다.
자홍은 환생을 허락받는다. 그리고 지옥의 끝에서, 마침내 다시 삶으로 나아갈 문이 열린다.
자홍은 천천히 문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삶으로 돌아가는 길은, 이제 다시 시작되는 길이었다.
그 마지막 문 앞에서, 세 명의 저승차사—강림, 해원맥, 덕춘이 다시 모인다.
천륜지옥의 수호귀, 귀왕대가 길을 막아서고 있었다.
강림은 담담하게 입을 연다.
“수홍. 그가 우리가 찾던 49번째 귀인이다.”
정적이 흘렀다.
원귀가 귀인이라니—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해원맥과 덕춘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강림은 이미 앞으로 나아가 있었다.
그의 뒤를 따라, 두 명의 차사도 걸음을 옮긴다.
49번째 귀인을 위해, 또 다른 여정이 시작되고 있었다.
제2 지옥, 초강대왕과 화탕지옥
제3 지옥, 송제대왕과 한빙지옥
제4 지옥, 오관대왕과 검수지옥
제5 지옥, 염라대왕과 발설지옥
제6 지옥, 변성대왕과 독사지옥
제7 지옥, 태산대왕과 거해지옥
제8 지옥, 평등대왕과 철성지옥
제9 지옥, 도시대왕과 풍도지옥
제10 지옥, 오도전륜대왕과 흑암지옥
신과 함께 해석

영화 《신과 함께 – 죄와 벌》은 단순한 저승 판타지가 아니다.
이 작품은 한국적 사후 세계관을 토대로, 도덕적 판단과 기억의 해석, 용서와 속죄에 대해 묻는 깊이 있는 윤리극이다.
화려한 CG와 감성 코드에 가려지기 쉽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기억과 죄의 재구성’, 그리고 “용서받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 있다.
1. “훌륭한 죽음”이란 무엇인가 – 이승의 윤리 vs 저승의 판단
극 초반 소방관 김자홍의 사망과 함께, 그는 ‘귀인(貴人)’으로 판정된다.
세 명의 저승사자(강림, 해원맥, 이덕춘)는 그를 데리고 49일 동안 7개의 지옥을 통과해야 한다.
‘귀인’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착한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단순한 이분법(선과 악)을 넘어, 그가 왜 그렇게 살았는지를 질문한다.
- 살인을 하지 않았는가?
- 나태했는가?
- 불효했는가?
이러한 재판들은 관객에게도 되묻는다.
“나는 기억 속의 죄를 어떻게 해석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2. 기억의 단절과 불완전함 – 진실은 언제나 한 조각 모자란다
자홍은 “생명을 살리려다 죽었다”는 영웅담으로 시작되지만,
그의 진짜 과거는 뿌연 안개에 싸여 있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드러나는 건,
그가 어떤 사건을 ‘기억하지 않음’으로써 자기 삶을 방어해 왔다는 것이다.
- 살인의 지옥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후에 드러나는 기억 속 ‘동료의 죽음’은 자홍의 내면을 무너뜨린다.
- 강림이 꺼낸 ‘업경대’는 단지 거울이 아니다. 그건 기억의 재구성 기계, 곧 자기기만을 깨는 도구다.
이 점에서 《신과 함께》는 현대인의 심리를 정면으로 건드린다.
우리는 “그때의 나는 어쩔 수 없었어”라는 말로 죄책감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묻는다.
“정말 어쩔 수 없었나?”
“그 죄를, 내 기억은 어떻게 바꿔놓았나?”
3. 천륜지옥과 가족의 응시 –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무관심했던 죄
자홍의 재판 중 가장 인상 깊은 지옥은 천륜지옥이다.
이는 단순히 부모를 모시지 못했다는 의미를 넘어,
자신의 고통에만 몰두하느라 가족의 고통을 외면했던 죄를 의미한다.
- 자홍은 가난한 형편 속에서도 동생과 어머니를 지키려 노력했지만,
정작 어머니의 외로움, 동생의 심정을 알지 못했다.
그는 “가장 훌륭한 맏아들”이 아니라, 스스로를 그렇게 믿었던 한 인간일 뿐이었다.
이 지옥은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책임 감정,
그리고 ‘효’에 대한 이상화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자극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묻는다.
“진짜 잘 살아도, 부모에게 죄송한 게 왜 이리 많을까?”
그 질문에 이 영화는 말한다.
기억이 선택적이기 때문이다.
4. 죄의 해석과 속죄의 자격 – 누구에게, 어떻게 용서받는가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과거에 죄를 지었더라도, 진심으로 속죄하면 용서받을 수 있는가”다.
이 영화는 단호하면서도 섬세하게 말한다.
죄는 지우는 게 아니라, 기억하고 마주보는 것이다.
자홍이 죄를 직접 고백하고 눈물 흘릴 때,
판결은 단지 법의 논리가 아니라 감정의 결말이 된다.
이 영화는 법정물의 형식을 빌려,
양심과 회한, 치유와 용서를 다룬다.
누군가의 죄를 정당화하지 않되, 그가 지금 어떤 인간이 되었는지를 보고 판단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5. 차사 삼인의 존재 – 심판자인가, 구원자인가?
강림, 해원맥, 이덕춘은 단순한 저승 가이드가 아니다.
이들은 죄인을 판별하면서도 스스로도 속죄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다.
- 강림은 인간의 고통을 꿰뚫어 보지만, 동시에 가장 외로운 캐릭터다.
- 이덕춘은 과거의 죄의식으로 자신의 심판을 유예하고 있다.
- 해원맥은 분노와 농담 속에, 죽음에 대한 공포를 숨긴다.
이 삼인은 차사가 아니라 또 다른 ‘구원받고 싶은 인간’이며,
관객의 대리자이기도 하다.
결론 – 《신과 함께》는 현대인의 윤리 판타지다
화려한 액션과 감동 코드 이면에서,
이 영화는 우리 각자에게 질문한다.
- “나는 지금 이 순간 떳떳한가?”
- “과거의 상처와 실수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가?”
- “나는 스스로를 어떻게 용서하고 있는가?”
《신과 함께》는 신이 내리는 형벌이 아니라,
스스로의 기억이 내리는 판결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결국 이 영화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진짜 죄는, 진심을 피한 기억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