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년이 온다 줄거리 결말 해석 +인상 깊은 구절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를 배경으로, 한 소년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고통과 기억을 다층적인 시선으로 그려낸다.

중학생 동호의 죽음을 중심으로, 살아남은 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껴안은 채 살아간다.

죽은 이들은 왜 죽었는지 묻고, 산 자들은 왜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무고한 죽음, 짓밟힌 삶, 지워지지 않는 고통, 그러나 그 속에서 끝끝내 살아남은 자의 기억이 역사를 증언한다.

이 소설은 묻히지 않은 진실의 목소리이며, 그 목소리를 통해 ‘기억’이라는 인간의 존엄이 다시 태어난다.

소년이 온다 줄거리 (결말 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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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의 광주는, 잔인한 침묵과 절규가 뒤엉킨 도시였다. 아직 세상의 잔혹을 다 알지 못하는 중학생 동호는 친구 정대를 찾아 거리로 나섰다. 시위와 총성이 교차하는 그 혼란의 한가운데서, 그는 끝내 정대가 군인의 총에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한다. 한 아이의 심장을 꿰뚫고 들어온 총성은, 단지 한 명의 죽음을 알리는 신호가 아니라 이후 모든 것을 뒤흔드는 균열이었다. 죽음을 본 자는,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 소설의 제목인 ‘소년이 온다’ 속 그 소년은 바로 동호였다. 그는 죽음을 목격했고, 그 죽음을 품은 채 살아가야만 했다.

2장은 이제 말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정대의 시점으로 이어진다. 살아 있는 자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죽은 자의 기억. 그는 자신의 몸이 차가운 손에 수습되고, 트럭에 실려 가며, 마침내 연기로 사라지는 과정을 바라본다. 마치 연극의 관객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 그러나 그 모든 장면은, 단순한 묘사가 아니다. 국가는 그 죽음을 감추려 했고, 존재를 지우려 했다. 하지만 정대의 시선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선명하게, 살아 있는 자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다.

시간이 흐르고, 3장에서는 도청 안에 함께 있었던 은숙이 등장한다. 출판사에 다니며 일상 속에 섞여 살아가지만, 여전히 그녀는 감시받고 있었다. 말하지 못하는 공포, 기억조차 금기가 된 시대. 수배 중인 자와 만나기만 해도 그녀는 고문당하고, 끌려간다. 그녀는 끊임없이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잊지 않으려 애쓰는가?” 그 질문은 단지 그녀의 것이 아니다. 기억을 간직한 모든 자들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4장은 복학생의 시점이다. 그는 광주의 한복판에서 살아남았으나, 살아 있다는 것이 반드시 구원은 아니었다. 그는 고문을 견뎠고, 그 흔적은 그의 일상 속에 지문처럼 새겨져 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법을 잊은 자. 그는 ‘증언자’로 존재하지만, 세상은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 되려 귀를 막는다. 그에게 있어 광주는 끝난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현재다. 그의 모든 시간은 트라우마의 변주곡처럼 흘러간다.

5장에서는 미싱사 선주의 기억이 펼쳐진다. 그녀의 삶은 조용히 살아가려는 몸부림 속에서도, 그날의 광주가 자꾸 되살아난다. 미싱을 돌리는 손끝에 스며드는 피의 기억, 일상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죽은 자들의 얼굴. 그녀는 깨닫는다. 과거는 흘러간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이루는 실밥이었다는 것을.

마지막 6장은 동호의 어머니의 시점이다. 그녀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침묵은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아들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 그 빈자리를 매일 목격해야 하는 고통. 그녀의 슬픔은 단지 한 어머니의 것이 아니다. 이 시대가 지닌 공동의 상처, 그 조용한 통곡이다. 그녀는 증언하지 않지만, 존재 그 자체로 역사를 고발한다.

『소년이 온다』는 단지 한 도시의 비극을 그린 것이 아니다. 그것은 죽음이 어떻게 현재를 뒤덮고, 살아남은 자들을 어떻게 파괴해 가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이 목소리를, 이 고통을, 과연 잊지 않겠는가?”

소년이 온다 줄거리+인상 깊은 구절(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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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린 새 – 동호의 이야기

1980년 5월, 중학생 동호는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뒤 도청으로 향한 시위대에 자발적으로 합류한다. 그는 민원봉사실에서 시신을 닦고 수습하는 일을 맡으며 죽음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선다. 세상의 잔혹함을 다 배우기도 전에, 그는 누구보다 앞서 가장 깊은 곳으로 떨어진다. 아직은 아이였지만, 동호의 몸은 가장 무거운 책임과 고통을 견뎠다. 그의 희생은 작지 않다. 오히려 이 이야기의 가장 중심에 놓여야 할, 가장 무거운 진실이다.

처음 누나들을 만났을 때 네가 한 말 중 사실이 아닌 게 있었다.
역전에서 총을 맞은 두 남자의 시신이 리어카에 실려 시위대의 맨 앞에서 행진했던 날, 중절모를 쓴 노인부터 열두어살의 아이들, 색색의 양산을 쓴 여자들까지 인사인해를 이뤘던 저 광장에서, 마지막으로 정대를 본 건 동네 사람이 아니라 바로 너였다. 모습만 본 게 아니라, 옆구리에 총을 맞는 것까지 봤다.
아니, 정대와 너는 처음부터 손을 맞잡고 선두로, 선두의 열기 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귀를 찢는 총소리에 모두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공포다! 괜찮다! 누군가 외치는 소리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앞 대열로 돌아가려는 아수라장 속에서 정대의 손을 놓쳤다. 다시 총소리가 귀를 찢었을 때, 모로 넘어진 정대를 뒤로 하고 너는 달렸다. 셔터가 내려진 전자제품점 옆 담벼락에 아저씨 셋과 함께 붙어섰다. 그들의 일행인 듯한 남자가 합류하려고 달려오다 어깨에서 피를 뿜으며 엎어졌다…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거리 가운데 쓰러진 수십명의 사람들을 봤다.
네가 입은 것과 똑같은 하늘색 체육복 바지가 얼핏 보인 것 같았다. 운동화가 벗겨진 맨발이 꿈틀거린 것 같았다. 네가 뛰쳐나가려는 순간, 입을 막고 떨던 아저씨가 네 어깨를 붙들었다…

지금 나가면 개죽음이여.

이번엔 옥상에서 총을 쏘지 않았다. 하지만 너는 정대를 향해 그들처럼 달려가지 않았다. 네 곁에 있던 아저씨들은 숨이 끊어진 일행을 업고 서둘러 골목 사이로 사라졌다. 갑자기 혼자 남은 너는 겁에 질려, 저격수의 눈에 띄지 않을 곳이 어디일까만을 생각하며 벽에 바싹 몸을 붙인 채 광장을 등지고 빠르게 걸었다.
― 소년이 온다 中

2. 검은 숨 – 정대의 이야기

두 번째 장은 이미 죽은 정대의 시선에서 펼쳐진다. 총에 맞아 숨이 끊긴 뒤에도 그는 떠도는 혼령으로 남아 있다. 썩어가는 자신의 시신을 지켜보며, 그 위로 석유가 뿌려지고 불이 붙는 광경을 고통스럽게 마주한다. 누나 정미마저 같은 운명을 맞았음을 알게 된 그는 깊은 절망에 빠진다. 어느 순간, 다시 들려오는 총성 속에서, 그는 끝내 동호의 죽음을 직감한다.

누가 나를 죽였을까, 누가 누나를 죽였을까, 왜 죽였을까, 생각할수록 그 낯선 힘은 단단해졌어.
눈도 뺨도 없는 곳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피를 진하고 끈적끈적하게 만들었어.
어디선가 누나의 혼도 어른거리고 있을 텐데, 그곳이 어딜까. 이제 우리한텐 몸이 없으니 만나기 위해서 몸을 움직일 필요는 없을 텐데, 하지만 몸 없이 누나를 어떻게 만날까, 몸 없는 누나를 어떻게 알아볼까.
계속해서 내 몸은 썩어갔어. 벌어진 상처 속에 점점 더 많은 날파리들이 엉겼어. 눈꺼풀과 입술에 내려앉은 쉬파리들이 검고 가느다란 발을 비비며 천천히 움직였어. 참나무 숲 우듬지 사이로 오렌지색 광선을 내쏘며 해가 저물어갈 무렵, 누나가 어디 있는지 생각하는 데 지친 나는 이제 그들을 생각하기 시작했어. 나를 죽인 사람과 누나를 죽인 사람은 지금 어디 있을까. 아직 죽지 않았다 해도 그들에게도 혼이 있을 테니, 생각하고 생각하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았어. 내 몸을 버리고 싶었어. 죽은 그 몸뚱이로부터 얇고 팽팽한 거미줄같이 뻗어 나와 끌어당기는 힘을 잘라내고 싶었어. 그들을 향해 날아가고 싶었어. 묻고 싶었어. 왜 나를 죽였지. 왜 누나를 죽였지. 어떻게 죽였지.
― 소년이 온다 中

3. 일곱 개의 뺨 – 은숙의 이야기

고등학생이었던 은숙은 훗날 출판사에서 조용히 살아간다. 그러나 수배 중인 인물을 잠시 만났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뺨 일곱 대를 맞는다. 처음엔 그 고통을 하루에 하나씩 지워내려 했지만, 끝내 기억하기로 한다. 그녀는 검열에 찢긴 희곡이 다시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폭력에 맞선 기억의 의미를 되새긴다. 살아남은 자로서, 은숙은 끝내 도청에 남았던 소년, 동호를 떠올린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어이, 돌아오소.
어이, 내가 이름을 부르니 지금 돌아오소.
더 늦으면 안 되오. 지금 돌아오소.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당신을 보았던 내 눈이 사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던 내 귀가 사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숨을 들이마신 허파가 사원이 되었습니다.

봄에 피는 꽃들, 버드나무들, 빗방울과 눈송이들이 사원이 되었습니다.
날마다 찾아오는 아침,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이 사원이 되었습니다.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병에 네가 꽂은 양초 불꽃들이.
― 소년이 온다 中

4. 쇠와 피 – 복학생 ‘나’의 이야기

1990년대 초, 복학생인 ‘나’는 감옥에서 진수와 함께 보낸 날들을 회상한다. 고문 도구로 쓰인 모나미 볼펜, 굶주림 속 서로를 경계해야 했던 나날, 그럼에도 꺾이지 않던 인간의 존엄. 진수는 끝내 죽었고, ‘나’는 살아남았다. 계엄군이 광주에 들어오기 전날, 진수는 항복을 외치던 아이들을 끝까지 지키려 했지만, 총알은 항복한 아이들에게도 멈추지 않았다. 그 자리에 동호도 있었다.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색 전구가 하나씩 나가듯 세계가 어두워집니다. 나 역시 안전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가 선생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러니가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부마항쟁에 공수부대로 투입됐던 사람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습니다. 내 이력을 듣고 자신의 이력을 고백하던군요. 가능한 한 과격하게 진압하라는 명령이 있었다고 그가 말했습니다. 특별히 잔인하게 행동한 군인들에게는 상부에서 몇십만원씩 포상금이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동료 중 하나가 그에게 말했다고 했습니다.
뭐가 문제냐? 맷값을 주면서 사람을 패라는데, 안 팰 이유가 없지 않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 것을.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선생도 인간입니다. 그리고 나 역시 인간입니다.
날마다 이 손의 흉터를 들여다봅니다.
뼈가 드러났던 이 자리, 날마다 희끗한 진물을 뱉으며 썩어들어갔던 자리를 쓸어봅니다.
평범한 모나미 검정 볼펜을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숨을 죽이고 기다립니다.
흙탕물처럼 시간이 나를 쓸어가길 기다립니다.
내가 밤낮 없이 짊어지고 있는 더러운 죽음의 기억이, 진짜 죽음을 만나 깨끗이 나를 놓아주기를 기다립니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 소년이 온다 中

5. 밤의 눈동자 – 선주의 이야기

40대가 된 선주는 과거를 증언해달라는 부탁을 오랫동안 외면해왔다. 성고문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상흔,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 몸. 그녀는 망가진 채 살아남았고, 침묵 속에서 과거를 짊어졌다. 과거 함께 싸웠던 성희 언니를 떠올리며 병문안을 가려다 끝내 발길을 돌린다. 말하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은 진실과,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억 사이에서 선주는 갈등한다.

6. 꽃 핀 쪽으로 – 동호 어머니의 이야기

마지막 장은 아들 동호를 잃은 어머니의 시선에서 그려진다. 문득 스쳐 간 아들의 환영을 좇았지만, 결국 붙잡지 못한 채 홀로 돌아온다. 죄책감과 상처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어머니는 한때 정대를 원망했지만,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군 출신 대통령이 광주를 방문했을 때, 그녀는 맨 앞에서 외쳤다. “자식을 살려내라.” 세월이 흐른 뒤, 습자지에 곱게 싸둔 아들의 사진을 꺼내 조용히 이름을 부른다.
“동호야…”

네 중학교 학생증에서 사진만 오려갖고 지갑 속에 넣어놨다이. 낮이나 밤이나 텅 빈 집이지마는 아무도 찾아올 일 없는 새벽에, 하얀 습자지로 여러번 접어 싸놓은 네 얼굴을 펼쳐본다이. 아무도 엿들을 사람이 없지마는 가만가만 부른다이…. 동호야.
가을비가 지나가서 하늘이 유난히 말간 날엔 잠바 속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무릎을 짚음스로 절름 절름 천변으로 내려간다이. 코스모스가 색색깔로 피어 있는 길, 동그랗게 똬리를 틀고 죽은 지렁이들에 쇠파리가 꾀는 길을 싸묵싸묵 걷는다이.
네가 여섯 살, 일곱 살 묵었을 적에, 한시도 가만히 안 있을 적에, 느이 형들이 다 학교 가버리먼 너는 심심해서 어쩔 줄을 몰랐제. 너하고 나하고 둘이서, 느이 아부지가 있는 가게까지 날마다 천변길로 걸어갔제. 나무 그늘이 햇빛을 가리는 것을 너는 싫어했제. 조그만 것이 힘도 시고 고집도 시어서, 힘껏 내 손목을 밝은 쪽으로 끌었제. 숱이 적고 가늘디가는 머리카락 속까장 땀이 나서 반짝반짝함으로. 아픈 것맨이로 쌕쌕 숨을 몰아쉼스로. 엄마, 저쪽으로 가아, 기왕이면 햇빛 있는 데로. 못 이기는 척 나는 한없이 네 손에 끌려 걸어갔제.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 소년이 온다 中

소년이 온다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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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인간의 죽음이, 그를 둘러싼 세계 전체를 비춘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짓밟히고 사라져간 ‘한 소년’을 중심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지 역사의 희생자를 기억하려는 기록이나 추모의 글이 아니다. 이 소설은 “말할 수 없음”을 말하려 하고, “기억할 수 없음”을 끝까지 기억해 내려는 고통스러운 시도이며, 동시에 살아남은 자의 윤리와 책임에 대해 치열하게 묻는 문학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형식의 구조다. 여섯 개의 장마다 시점이 바뀌고, 서술자는 생존자와 사망자를 넘나들며, 1980년 광주의 과거와 그 이후의 시간을 오간다. 첫 장에서 동호는 살아 있는 채로 죽음을 마주하고 있고, 두 번째 장에서는 이미 죽은 자(정대)의 시선으로 살아 있는 세계를 바라본다. 이 시점의 교차는 독자에게 혼란이 아니라, 죽음과 삶의 경계가 무너진 세계를 실감하게 만든다. 5·18 당시의 광주는 살아 있는 자나 죽은 자 모두가 말할 수 없는 침묵의 공동체 속에 있었다는 것을, 그 구조가 문학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중심에 있는 동호라는 인물은 단순한 희생자를 넘어선다. 그는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활동가도 아니고, 이념에 기반한 확신을 가진 청년도 아니다. 단지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 죽음에 응답하듯 시신을 닦는 일을 맡는다. 그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래서 오히려 누구보다 순수한 책임으로 고통의 한가운데에 선다. 동호는 그래서 한 명의 ‘죽은 소년’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것” 혹은 “잃어서는 안 될 것”을 상징하는 존재다.

한강은 이 소년을 통해 죽음이 말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죽음은 단순히 사라짐이나 끝이 아니라, 남겨진 자들의 삶 속에서, 말 속에서, 침묵 속에서, 몸의 기억 속에서 계속해서 존재의 방식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살아남은 자들은 괴롭다. 감옥에서 살아남은 ‘나’, 뺨 일곱 대를 맞고 기억하려고 애쓰는 은숙, 성고문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선주, 아들을 잃고 남겨진 어머니. 이들은 모두 동호와 정대의 죽음을 목격했거나, 그 영향 아래서 무너졌고, 동시에 살아남았다. 살아 있다는 사실은 곧 증언해야 할 책임을 수반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핵심 정서는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증언의 윤리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말하지 않으려 한다. 기억하면 다시 살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하지 않으면, 그것은 사라진다. 은숙이 일곱 대의 뺨을 하루에 하나씩 잊으려다 결국 “기억하기로” 마음먹는 순간, 독자는 그것이 살아남은 자의 윤리적 결단임을 직감한다.

특히 마지막 장의 어머니는 침묵과 분노, 사랑과 체념이 응축된 존재다. 한강은 이 어머니의 시선을 통해, 국가가 빼앗아간 아들을 되찾을 수는 없지만,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그를 다시 ‘존재하게’ 만들 수 있다는 희미하지만 분명한 진실을 보여준다. “동호야…” 하고 부르는 장면은, 단순한 절규가 아니라 기억의 가장 깊은 사랑의 형태다.

이 소설은 그래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던 것이 되는가?”
“그때의 고통은 지금의 우리와 무관한가?”

『소년이 온다』는 정면에서 정치적인 문장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보다 더 정치적인 문학은 없다. 국가 폭력의 실체, 공동체의 침묵, 잊히는 기억과 그 기억이 다시 말해지는 순간, 그것은 곧 권력과 진실의 투쟁이며, 문학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저항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너지고, 눈물이 말라붙는 듯한 고통을 겪게 되지만, 그것은 이 소설이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직면해야 할 진실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게 해주기 때문이다.

소년이 온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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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5.06.17

『소년이 온다』는 살아 있는 자의 언어로는 온전히 담을 수 없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것은 한 도시의 비극을 넘어, 인간이 끝까지 지켜야 할 윤리와 기억의 무게에 관한 기록이다. 이 책은 누군가의 죽음과 그 죽음을 둘러싼 침묵,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꺼지지 않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동호’가 있다. 그러나 동호는 단지 한 명의 소년이 아니다. 그는 우리 모두가 외면했던 진실을 향해 걸어갔던 아이, 두 눈으로 죽음을 목격한 자, 그리고 죽음을 넘어서서도 누군가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려는 존재다. 『소년이 온다』는 이 소년이 실제로 어떤 일을 했는지가 아니라, 그가 지닌 존재의 무게와 윤리적 울림에 집중한다. 결국 동호는 ‘오지 말았어야 할’ 존재가 아니라, 반드시 ‘와야 했던’ 존재였던 것이다.

이야기는 다섯 명의 생존자들, 그리고 마지막 장의 침묵하는 어머니를 통해, 죽음을 살아낸 사람들의 시간 위에 쌓인다. 그들은 모두 증언자다. 그러나 그들의 증언은 거창한 말이나 선언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하고, 부서질 듯 낮은 목소리로, 일상 속에서 문득 되살아나는 기억으로, 피할 수 없는 고통의 무게로 다가온다.

한강은 이 소설에서 죽은 자의 시점, 고문을 견뎌낸 자의 고통, 침묵으로만 말할 수 있는 모성의 상처를 빼곡히 엮어낸다. 그리고 그 모든 문장은, 차가운 사실을 복원하는 동시에 독자의 마음을 서서히 짓누른다. 특히 각 장마다 인물들이 느끼는 죄책감과 무기력, 그리고 “기억하지 않는 자”들이 만들어내는 이차적 폭력이 책장을 넘길수록 날카롭게 다가온다.

『소년이 온다』는 그 어떤 위로도, 그 어떤 해석도 허락하지 않는 책이다. 그것은 읽는 자로 하여금 스스로 무너지고, 그 무너진 마음 위에 묻는다. “당신은 이 목소리를 기억할 것인가?” “당신은 살아남은 자의 침묵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 책은 사건을 재현하거나 역사적 논쟁에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날 무엇을 보았고, 어떻게 부서졌는지를 정직하게 응시한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난 후, 가장 오래 남는 것은 문장도 사건도 아니다. 그것은 ‘존재’이다. 사라졌으나 잊히지 않는 존재들. 지워졌으나 살아남은 기억들. 결국 『소년이 온다』는 우리가 이 세계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묻는, 가장 조용하고도 가장 급박한 외침이다. 그것은 “기억하라”는 명령이자, 동시에 “함께 살아가자”는 간절한 호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