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과 샷, 왜 혼용되었는가? — 컷과 샷의 차이
분명히 컷(cut)은 편집의 단위이고, 샷(shot)은 촬영의 단위다. 그런데 왜 우리는 영화 현장에서도 “컷!”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일반 관객은 “좋은 컷이었어”라며 특정 샷을 말하는 걸까? 이 혼용은 단순한 언어적 오류가 아니라, 영화 제작의 현실적인 흐름과 역사적 맥락에서 기인한다.
1. 필름 시대의 유산: 물리적 ‘컷ting’에서 온 용어

‘컷(cut)’이라는 용어의 어원은 말 그대로 필름을 물리적으로 자르던 시절에서 비롯된다. 한때 영화는 연속된 셀룰로이드 필름을 가위로 자르고 이어 붙이는 작업으로 편집되었다. 편집자가 필름 릴을 돌리며 원하는 장면을 ‘컷!’ 하고 잘라내고, 다른 필름과 테이프로 붙여 하나의 시퀀스를 구성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컷’은 하나의 영상 단위를 지칭하는 말로도 자연스럽게 확장되었고, 그 잔재가 디지털 편집 시대까지 이어지면서 ‘컷 = 장면의 단위’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비디오 편집 기술이 생긴 뒤에도 ‘컷팅’, ‘컷 포인트’ 등과 같은 표현은 여전히 주된 편집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2. 촬영장에서 “컷!”이라고 외치는 이유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촬영이 끝났다는 신호로서 감독이 “컷!”을 외친다는 사실이다. 배우의 연기가 끝나고, 카메라가 정지하면 감독이나 촬영감독이 “컷!”이라고 외친다. 이는 촬영을 끝내고 다음 장면 준비로 넘어가도 된다는 신호다.
그런데 이때의 “컷!”은 편집의 단위로서의 컷(cut)이 아니라, 하나의 샷(shot)—혹은 흔히 쇼트라고도 불리는—촬영 종료를 의미한다. 즉, 감독이 “컷!”을 외치는 순간에 해당 샷이 종료된다. 이처럼 촬영현장에서는 ‘컷’이라는 말이 실질적으로 ‘샷’의 종료 신호로 기능하기 때문에, 두 용어가 자연스럽게 혼용되는 관행이 생겨났다.
결국, “이번 컷 좋았어”라는 말은 엄밀히 말하면 “이번 샷 좋았어”라는 뜻이지만, ‘컷’이라는 단어가 더 간결하고 직관적인 표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3. 관객 언어에서의 수용: 왜 ‘컷’이 더 널리 퍼졌을까
이러한 현장은 그대로 관객의 언어로 흘러들었다. ‘샷’은 기술적인 느낌이 강한 용어인 반면, ‘컷’은 일상적인 회화 속에서도 비교적 쉽게 이해되는 표현이다. 영화평론, 유튜브 리뷰, 제작 다큐 등에서 “이 컷에서 인물의 감정이 확실히 전달돼요”처럼 쓰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한, ‘컷’은 리듬, 연기, 연출, 편집이 집약된 순간을 한 단어로 압축하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컷’이라는 단어가 샷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정리하자면
- ‘컷’은 본래 편집 단위이지만, 촬영 현장에서 “컷!”이라고 외치는 관행과 필름을 자르던 물리적 방식에서 유래해 혼용이 시작되었다.
- ‘샷’은 기술적으로는 정확한 용어지만, ‘컷’이 현장에서 통용되는 단어로 자리 잡으며 대중과 제작자 모두에게 더 익숙한 표현이 되었다.
- 결국 오늘날엔 기술적으로 구분해야 할 때는 샷, 실무나 회화에서는 컷이 자주 쓰이는 이중 구조의 언어 체계가 생긴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말의 선택을 넘어, 영화라는 매체가 어떻게 기술과 예술, 실무와 감각 사이에서 성장해왔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래서 컷과 샷은 단지 정의만이 아니라, 그들이 사용되는 맥락과 문화까지 함께 읽어야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