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건국 역사 — 고대 왕국에서 현대 국가까지
작은 땅, 그러나 거대한 서사.
이스라엘의 역사는 단순한 한 국가의 연대기가 아니다.
이는 유대 민족이 신앙과 언어, 정체성을 지키며 수천 년 동안 유랑과 귀환을 반복해온 인류 생존의 기록이자, 종교와 민족, 정치가 뒤엉킨 중동 현대사의 핵심 서사다.
1.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기원
이스라엘의 기원은 전통적으로 기원전 약 2000년경,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정착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유대 민족은 이집트에서의 노예 생활을 거쳐, 모세의 인도로 출애굽한 뒤 가나안 땅에 정착한다.
기원전 11세기경, 사울 → 다윗 → 솔로몬으로 이어지는 통일 왕국이 세워졌다.
다윗은 예루살렘을 수도로 정하고, 솔로몬은 제1성전을 건축하며 유대 민족의 종교적 중심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솔로몬 사후, 왕국은 두 개로 분열된다.
- 북이스라엘 왕국 (기원전 722년, 아시리아에 멸망)
- 남유다 왕국 (기원전 586년, 바빌로니아에 의해 예루살렘 성전 파괴)
이 시점에서 유대 민족의 첫 본격적인 디아스포라가 시작된다. 바빌론 유수로 불리는 이 사건은 이후 유대인의 유랑사를 예고한 서막이다.
2. 디아스포라와 제2성전의 파괴
기원전 538년, 페르시아의 고레스 대왕(키루스 2세)이 유대인의 귀환과 성전 재건을 허가함으로써 일부 귀환이 이루어진다.
이후 팔레스타인 지역은 헬레니즘 제국들(알렉산더 대왕, 프톨레마이오스, 셀레우코스 왕조)에 의해 통치되었으며, 기원전 167년에는 안티오코스 4세의 종교 탄압에 반발한 유대인이 마카베오 반란을 일으켜 단기적인 자치국을 세운다. 이 사건은 하누카(Hanukkah)의 기원이다.
하지만 기원전 63년, 로마의 지배가 시작되고, 기원후 70년, 로마 장군 티투스에 의해 예루살렘과 제2성전이 파괴되며, 유대인의 본격적 디아스포라가 전 세계로 확산된다.
3. 유랑의 시대와 오스만 지배
이후 유대인들은 유럽, 중동, 북아프리카 등지에 흩어져 살면서 지속적인 박해와 차별을 겪는다.
중세 유럽에서는 격리 구역(Ghetto), 경제활동 제한, 강제 개종, 종교재판 등을 통해 차별받았으며, 점차 근대적 반유대주의가 체계화되었다.
팔레스타인 지역은 1517년부터 400년간 오스만 제국의 지배하에 있었다. 유대인은 이 시기에도 소규모 귀환을 반복했지만, 집단적 국토 복귀 운동은 등장하지 않았다.
4. 시오니즘의 등장과 국제 정치
19세기 말, 유럽의 급격한 반유대주의 심화와 함께 근대 민족주의 사조가 결합되며, 시오니즘(Zionism)이 태동한다.
대표 인물인 테오도르 헤르츨은 유대인의 고향인 팔레스타인 땅에 민족 국가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제 외교전을 전개했다.
1917년, 영국은 ‘밸푸어 선언’을 통해 “팔레스타인 내 유대 민족의 고향 건설”을 지지했다.
이 선언은 법적 구속력은 없었지만, 이후 국제연맹의 위임통치 승인과 맞물려 사실상 유대 국가 건설의 외교적 명분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동시에 영국은 아랍인에게도 독립을 약속해 팔레스타인 문제의 불씨를 심었다.
5. 이스라엘의 건국과 중동 전쟁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600만 명 학살)는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겼고, 유대 민족의 국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었다.
1947년, 유엔은 팔레스타인을 유대국과 아랍국으로 분할하는 결의안을 가결했지만, 아랍 측은 식민지 경험과 민족주의 정서, 그리고 자신들의 터전을 유대인에게 넘긴다는 국제 결정에 반발하며 거부했다.
1948년 5월 14일, 다비드 벤구리온은 이스라엘의 독립을 선언했고,
다음 날, 이집트·시리아·요르단 등 아랍 국가들이 일제히 침공하며 제1차 중동 전쟁이 발발했다.
이스라엘은 전쟁에서 생존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유엔이 할당한 영역보다 넓은 영토를 확보했고, 약 75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팔레스타인 분쟁의 출발점이다.
6. 현대 이스라엘의 형성과 과제
이스라엘은 이후에도 수차례의 전쟁과 평화 협정을 거친다.
- 1956년 수에즈 전쟁
- 1967년 6일 전쟁 (요르단, 이집트, 시리아 점령지 확보: 서안, 가자, 동예루살렘, 골란고원 등)
- 1973년 욤키푸르 전쟁
- 1978년 이집트와 평화 조약 체결 (캠프 데이비드 협정)
- 1993년 오슬로 협정 →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출범
21세기의 이스라엘은 기술·국방·사이버 보안 강국으로 부상했지만, 여전히 복잡한 과제를 안고 있다.
- 팔레스타인 분쟁의 미해결
- 종교-세속 간 갈등
- 극우 정부와 사법 개혁 논란
- 이란과의 핵 갈등 및 군사적 긴장
사회 내부에서는 민주주의의 위기, 정체성 논쟁도 격화되고 있다.
맺음말 — 유대 민족의 이야기, 이스라엘의 현재
이스라엘의 역사는 단순한 국가의 연대기가 아니다.
이는 신앙과 언어, 기억을 지키며 살아온 민족이 수천 년의 유랑을 거쳐 다시 뿌리를 되찾은 서사이자,
한 민족의 귀환이 또 다른 민족에게는 상실이 된 비극의 이중성을 담고 있다.
오늘날의 이스라엘은, 여전히 그 서사의 연장선 위에서 격렬하게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