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은 한국영화사에서 ‘복수 3부작’의 서막을 알리는 동시에, 관객에게 극도의 불편함과 혼란, 그리고 도저한 슬픔을 안겨준 작품이다.
제목처럼 복수가 중심에 놓여 있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복수의 과정을 통해 비극의 연쇄, 계급의 억압, 우발적 악의 탄생을 정밀하게 해부하며, 그 끝에 아무도 남지 않는 허무와 무력감의 구조를 냉혹하게 보여준다.
영화 복수는 나의 것 정보
- 영제: Sympathy For Mr. Vengeance
- 장르: 범죄, 스릴러
- 감독: 박찬욱
- 개봉: 2002년 3월 29일
- 러닝타임: 2시간
- 채널: TVING, NETFLIX, coupang play
영화 복수는 나의 것 등장인물
- 동진 – 송강호
- 류 – 신하균
- 영미 – 배두나
- 류 누나 – 임지은
- 최 반장 – 이대연
- 팽 기사 – 기주봉
영화 복수는 나의 것 줄거리

그날, 류는 병원 복도 끝에서 누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신장 이식만 받으면 살 수 있다는 말이었고, 그는 절박했다. 공장에서 잘린 몸으로 병든 누나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불법 장기 이식 브로커와의 거래.
그러나 세상은 거래에 냉정했고, 돈을 내고도 신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빈털터리가 된 류는 깊은 심해처럼 고요한 분노를 품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형체를 갖춘 계획으로 구체화된다.
납치였다. 피해자는 유괴 대상이라기엔 지나치게 순수한 소녀, 중소 기업의 사장 동진의 딸.
류의 여자친구인 영미는 사회운동가였고, 자본주의에 반감을 품고 있었다. 그녀는 이 계획이 단순한 범죄가 아닌 ‘정의’의 실행이라고 믿었다. 동진의 재산이라면 한 사람쯤은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모든 건 조용히,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소녀는 별다른 저항 없이 감금되었고, 누나의 수술비도 마련되었다. 단지, 단 하나의 변수만 제외하고는.
누나였다. 감금당한 소녀의 존재를 알아버린 그녀는, 삶보다 죄책감을 더 무겁게 여겼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녀의 주검은, 류의 마지막 균형마저 무너뜨렸다.
그리고 곧, 악몽은 현실이 된다. 수풀 속 개울가. 류가 누나의 무덤을 쌓던 그 짧은 틈에 소녀가 익사한 것이다. 아이를 잃은 아버지, 동진은 침묵 속에서 무너졌다. 그리고 다시, 무너진 자신을 수습하며 복수를 다짐했다. 그는 범인을 찾아내고, 그에게 똑같은 고통을 안겨줄 생각뿐이었다.
형사는 동진이 건넨 봉투를 묵묵히 받아들였다. 무거운 침묵이 방 안을 맴돌았다. 동진이 건넨 돈은, 딸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정의와 생계 사이, 형사는 후자를 택했다.
“혹시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은 없습니까?” 형사의 질문에 동진은 팽기사를 떠올렸다. 해고 후에도 지속적으로 자신을 원망하던, 마치 이 모든 비극이 시작된 단초 같던 인물.
하지만 그가 마주한 건 예상 밖의 참혹함이었다. 팽기사의 집은 폐허였다. 바닥엔 빗물이 떨어지는 세숫대야, 눅눅한 천장, 찢어진 인형들, 인형솜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피자 상자, 그리고 죽어 있는 가족들. 독극물이 섞인 마지막 식사. 동반자살. 그의 분노는 그 순간, 어딘가에서 벗어났고 동정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웠다. 그러나 그 감정조차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의 미세한 심장소리를 듣자마자 동진은 그를 안고 병원으로 달렸다. 의사는 말했다. “희망은 없을 겁니다.”
누군가는 장기매매 조직을 향해, 누군가는 납치범을 향해, 복수의 바퀴는 서로 다른 궤도를 따라 돌고 있었다.
영화 복수는 나의 것 결말

류는 연인 영미와 몸을 섞고, 그녀의 도움으로 자신을 속인 장기매매단의 흔적을 쫓기 시작했다.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영미의 차분한 목소리, 메모지에 빼곡히 적힌 번호들. 결국, 그는 조직의 본거지를 찾아낸다.
야구방망이로 첫 번째 남자의 두개골을 가르고, 드라이버로 두 번째 남자의 경동맥을 찔렀다. 마지막 남자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그는 방망이로 수십 번 내리쳤다. 이어, 허리에 찬 칼을 꺼내 배를 갈랐고, 드라이아이스 상자에 신장을 하나씩 담았다. 그리고 그 장기를 꺼내, 이를 악물고 씹었다. 말 그대로, 복수를 삼킨 것이다.
반면 동진은 영미를 찾아내 전기고문을 가한다. “내가 죽으면 우리 조직이 당신을 죽일 거야.” 그녀는 오줌을 지리며 겁박했지만, 동진의 표정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마지막 전류가 그녀의 몸을 감싸자, 이불 아래의 영미는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 날, 류는 그녀를 만나러 갔다가 시신으로 마주한다. 흔들리는 시선, 덮은 천 아래 그의 연인의 차가운 손. 분노는 침착하게, 그러나 결의로 불타오른다. 그는 동진의 집 앞으로 향하고, 기다리기 시작한다.
반면, 동진 역시 류의 집에 침입하여 그를 기다린다. 형사는 동진에게 전화를 걸어 류가 장기매매범들을 모두 죽였음을 알리고, 그가 “보통 잔인한 새끼가 아니다”라며 복수를 멈추라고 조언하지만, 동진은 전화를 끊는다. 이미, 그의 마음속 저울은 기울어져 있었다.
밤이 깊어가고, 류는 결국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문고리에 손을 대는 순간, 전류가 온몸을 감싼다. 감전된 채 쓰러진 류는 이내 결박당한 채 강가로 옮겨진다.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동진의 말은 복수라기보다 심판 같았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 거… 이해하지?”
그는 류의 아킬레스건을 끊었다. 강물 속에서 허우적대던 류는 이내 조용해졌고, 붉은 물줄기만이 흐르고 있었다.
동진은 시체를 업고 나와 쓰레기봉투에 일일이 분리해 담는다. 절단된 류의 사지는 하나씩 검은 비닐 속에 들어갔다. 죽음을 완성한 뒤, 한 통의 전화가 울린다. “팽윤철 어린이 사망했습니다.” 간호사의 목소리. 그러나 동진은 짧게, “잘못 거셨어요.”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는다.
삽을 들어 땅을 파던 그때, 지프차 한 대가 나타난다. 담배를 문 남자들이 동진의 얼굴을 확인한 뒤 말없이 다가온다. 칼날이 몸을 파고들고, 동진이 마지막 힘을 짜내 묻는다.
“대체 왜 이러는 거요…”
한 남자가 종이를 꺼내 그의 가슴에 가져다 댄다. “판결문”이라고 적혀 있는 그 종이는, 결코 법원이 발부한 게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보며 마지막 숨을 몰아쉰다.
강가엔 침묵이 감돌고, 조직원들은 말 없이 차에 오른다.
화면은 어두워지고, 어딘가에서 흐느끼는 듯한 동진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가 말하려던 문장은, 끝내 완성되지 못한 채 공기 속으로 흩어진다.
“아저씨,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우리 조직, 테러 단체야. 아저씨 죽어. 백 퍼센트. 확실해. 사진도 줬다니까. — 영미”
영화 복수는 나의 것 해석

1. 복수는 누가 하는가, 누가 먼저 시작했는가? — 복수의 순환 고리
이 영화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있다.
- 첫 번째는 청각장애인이자 실직 상태인 ‘류’.
- 두 번째는 회사 사장이자 평범한 가장인 ‘동진’.
류는 자신의 누나에게 신장을 이식하려 하지만, 불법 장기 브로커에게 속아 장기도, 돈도 모두 잃는다.
그가 선택한 ‘유괴’는 악의라기보다 절박한 생존의 결과물에 가깝다.
하지만 유괴된 아이는 우발적으로 죽고, 그 순간부터 동진의 복수가 시작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질문을 던진다.
“복수는 누가 먼저 시작한 것인가?”
“이 복수는 정당한가?”
“피해자가 복수를 시작하면, 그는 더 이상 피해자인가?”
《복수는 나의 것》은 이처럼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복수 구조를 통해 복수라는 행위 자체의 도덕적 파산을 보여준다.
2. 계급과 구조 — 폭력은 어디서 태어나는가?
류와 동진은 처음엔 대칭적으로 배치된다.
- 류는 실직자이며, 산업 구조조정의 희생자.
- 동진은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자.
하지만 아이의 죽음 이후, 둘의 역할은 점점 역전되며 서로가 서로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다.
결국 복수는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과 시스템적 폭력에서 파생된 산물임을 암시한다.
류는 누나의 죽음을 계기로 무너지고, 동진은 아이의 죽음을 계기로 괴물이 되어간다.
그들 모두는 어떤 방식으로든 구조적 현실에 내몰린 인간이다.
3. 무언과 청각장애 — 말해지지 못한 분노
류는 청각장애인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말을 하지 않지만, 그의 절망과 분노는 무언의 표정,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으로 전해진다.
이 설정은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 비주류의 목소리가 억압당한 현실을 상징한다.
“말하지 못한 분노는 폭발로 나타난다.”
류의 행위는 설명되지 않기에 더 무섭고 슬프다.
그는 범죄자가 되었지만, 그에게 공감하지 못할 관객은 드물다.
그만큼 이 영화는 도덕이 아닌 감정의 복잡성 위에 서 있다.
4. 박찬욱식 미장센 — 차가운 폭력의 미학
《복수는 나의 것》의 또 하나의 강렬한 특징은 그 잔혹한 폭력을 ‘차갑게’ 묘사하는 시선이다.
- 피를 흩뿌리는 장면도 카메라는 감정 없이 고정된다.
- 폭력의 리듬은 리얼하고 비정하다.
- 음악은 거의 없고, 그 자리에 침묵과 소음이 대신한다.
이런 연출은 관객이 폭력을 즐기거나 몰입하는 것을 차단하고, 오히려 거리감을 두고 지켜보게 만든다.
“당신은 지금 이 폭력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습니까?”
박찬욱은 매 장면마다 그런 질문을 날카롭게 던진다.
5. 마지막 장면 — 죽음조차 명확하지 않은 허무
동진은 류의 연인이었던 ‘영미’를 죽인 뒤, 류에게 잔혹한 복수를 하고, 마지막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그 고리는 끝없이 반복된다.
하지만 영화는 마지막에 ‘카타르시스’도, ‘응징의 쾌감’도, ‘정의 실현’도 제공하지 않는다.
관객은 누구 편도 들 수 없고,
그저 “이 복수는 무엇을 남겼는가”라는 허무만을 목격하게 된다.
결론: “복수는 누구의 것인가?” — 이 영화는 인간성의 질문이다
《복수는 나의 것》은 단순히 ‘복수’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다음과 같은 구조로 움직인다:
- 비극 → 복수 → 또 다른 비극 → 끝없는 고통
복수는 응보가 아니라, 한 개인의 파국을 시작으로 퍼져나가는 감정의 전염병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에서 도덕과 정당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 왜 괴물이 되는가를 이해하는 감정의 깊이라고 말한다.
“복수는 정의가 아니다.
복수는 그저 슬픔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