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은 왜 이삭을 제물로 바쳤나?

창세기 22장: 모리아 산에서의 시험 — 아브라함, 믿음의 절정에 서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살아온 사람이다. 오랜 세월 기다려 얻은 아들 이삭은, 단순한 자식 이상의 존재였다. 그는 하나님의 언약을 이어갈 약속의 자손이자, 아브라함의 기도와 눈물의 결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하나님이 말씀하신다.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일러 준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 (창세기 22:2)

1. 하나님의 명령: 이해할 수 없는 시험

이 요청은 인간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하나님은 약속을 이루기 위해 이삭을 주셨고, 그 아들을 직접 바치라는 것이다. 이것은 아브라함에게 있어 믿음의 가장 가파른 봉우리였다.

  •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 이라는 구절은 아브라함의 감정에 무게를 싣는다.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가장 귀한 것을 드리라는 요구였다.
  • ‘번제’ 는 제물 전체를 불태워 드리는 제사. 이는 단지 상징적인 헌신이 아닌, 완전한 파괴와 전적 헌신을 의미한다.

2. 아브라함의 반응: 침묵 속의 순종

흥미롭게도, 아브라함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단 한 마디 반문도 없이, 이튿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이삭과 함께 길을 떠난다.

  • 이는 단지 순종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신뢰하는 믿음의 표현이다.
  • 히브리서 11장은 이 장면을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그가 하나님이 능히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실 줄로 생각한지라.” (히브리서 11:19)

아브라함은 이삭을 바쳐도 하나님이 다시 살리실 수 있는 분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3. 모리아 산길: 침묵과 질문 사이의 여정

모리아 산을 오르던 길에서 이삭이 묻는다.

“불과 나무는 있거니와 번제할 어린 양은 어디 있나이까?” (창세기 22:7)

아브라함은 대답한다.

“하나님이 자기를 위하여 번제할 어린 양을 준비하시리라.” (22:8)

이 말은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

  1. 현재의 현실을 돌려 말하는 지혜로운 아버지의 응답
  2. 장차 하나님이 실제로 예비하실 ‘어린 양’, 즉 예수 그리스도를 암시하는 예언적 표현

4. 결정의 순간: 칼을 든 아브라함

마침내 제단 위에 이삭을 묶고 칼을 든 순간, 하나님의 음성이 급히 그를 멈춘다.

“그 아이에게 네 손을 대지 말라…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22:12)

그 순간, 아브라함은 숲 속에 뿔이 수풀에 걸린 숫양을 발견하고 대신 번제로 드린다.

이 장면은 순종이 끝까지 이어졌을 때에야, 시험이 멈추고 대안이 주어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5. ‘여호와 이레’: 하나님이 준비하신다

이 사건 이후 아브라함은 그곳 이름을 “여호와 이레(יהוה יראה)” 라고 부른다.

“여호와께서 준비하시리라.” (22:14)

이는 단순히 ‘하나님이 돕는다’가 아니라, 하나님은 인간의 순종을 미리 보시고, 최적의 때에 필요한 것을 예비하신다는 뜻이다.

6. 신학적 해석: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

이삭을 바치는 이 장면은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과 강하게 연결된다.

요소 구약(창 22) 신약(예수 그리스도)
아버지의 아들 이삭 예수
번제로 드림 모리아 산 골고다 언덕
순종의 침묵 이삭 예수
대신 드려진 제물 숫양 예수, 하나님의 어린 양
여호와 이레 하나님이 예비하심 하나님이 아들을 주심

결론: 믿음은 끝까지 드리는 것이다

아브라함의 믿음은 단순히 하나님을 아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신뢰하며 끝까지 순종하는 태도에서 완성된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믿음을 통해 신앙의 본질은 무엇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드릴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묻고 계신다.

그리고 그 극한의 순간마다, 하나님은 예비하신다. ‘여호와 이레’는 단지 과거의 경험이 아니라, 오늘날 신앙인의 삶 속에도 여전히 유효한 하나님의 성품이다.